제10회 여성연극제 작가전, 연극 〈양심이 있다면〉 — “모두의 양심을 묻다”
글 – 김은균 (복지 tv 기획피디, 공연평론가)
서울연극창작센터가 주관하는 제10회 여성연극제 작가전이 오는 10월 23일부터 26일까지 서울씨어터 202에서 막을 올린다. 올해 작가전 두 번째 작품으로 무대에 오르는 〈양심이 있다면〉은 이새로미 작가의 신작으로, 사회의 그늘 속에서 외면당한 사람들의 삶을 통해 ‘양심’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다시 묻는 작품이다.
〈양심이 있다면〉은 2025 여성연극제 작가전 희곡공모 우수상 수상작으로, 작가는 일상 속 무감각과 외면을 향한 통렬한 질문을 던진다. 작품은 한 은둔중년 여성과 가족들의 비극을 중심으로, 주변 사람들의 무관심이 만들어낸 냉혹한 현실을 담담하지만 날카롭게 그려낸다. 실제 사회에서 발생한 ‘은둔중년 사건’을 모티브로 하여, 인간의 존엄성과 공동체의 책임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작품은 한 노모가 아들을 살해했다는 자백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살해의 흔적은 없고, 주변 이웃들조차 그 가족의 고통을 알아채지 못한 채 일상을 이어간다. “이웃의 발걸음 소리엔 주의를 기울이지만, 사람의 신음에는 귀를 닫는 사회.” 작가는 이 한 문장을 통해 현대인의 무감각을 응축한다. 연극은 ‘양심’이라는 단어를 윤리나 종교의 개념을 넘어, 타인의 고통을 감지하고 함께 아파할 수 있는 ‘인간성의 최소한’으로 제시한다.
연출을 맡은 박혜선은 “〈양심이 있다면〉은 사회와 개인의 경계를 탐색하는 여정이다. 한 개인의 비극을 통해 우리 모두의 책임을 비추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는 인물 간의 관계보다 ‘시선의 거리’를 무대적으로 시각화하며, 관객이 방관자이자 동시에 증인이 되는 독특한 연출 방식을 선보일 예정이다.
극작가 이새로미는 이번 수상과 관련해 “이 작품은 제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힘든 시기를 보내던 중에 당선 소식을 들었다. 그 순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생겼다. 제 개인의 희망이 이 작품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위로가 되길 바란다.” 이새로미 작가는 힘든 상황 속에서도 꾸준히 글을 써왔으며, 인간의 존엄과 삶의 존재 이유를 탐색하는 작품세계를 구축해왔다.
이번 공연은 극단 사개탐사가 제작을 맡았다. 사개탐사는 2012년 창단 이후 가정폭력, 이민자 문제, 사회적 약자의 현실 등을 예리하게 포착해온 극단으로, 이번 작품에서도 “우리 시대의 부조리한 무관심을 직시하며 인간적인 양심의 회복”이라는 주제를 밀도 있게 구현한다.
출연진에는 강현우, 김현수, 이지영, 이한희, 정소영, 최광, 최명경 등이 참여하고, 전소현, 김용선, 권남희, 이재희, 변은영이 특별 출연한다. 조명은 김민재, 음악은 이승호, 그래픽 디자인은 윤다슬이 맡았다.
제10회 여성연극제는 “여성의 시선으로 사회를 말하다”를 주제로, 오는 10월 16일부터 11월 16일까지 한 달간 서울연극창작센터에서 열린다. 이번 〈양심이 있다면〉은 그중에서도 사회문제와 인간 내면을 교차시킨 수작으로 꼽히며, 연극계를 넘어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양심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내 옆 사람의 고통을 느끼는 일에서 시작된다.” 그 문장을 무대 위로 옮겨오는 순간, 이 작품은 단지 한 작가의 희곡이 아니라, 우리가 모두 함께 써 내려가야 할 질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