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김은균 (복지tv 기획피디,공연평론가)
10월 21일부터 10월 31일까지 대학로 씨어터 조이 소극장에서 극단 여인극장의 정기공연이 열린다. 이번 작품은 노년층 사기 피해를 다루고 있지만 단순한 풍자극이 아닌 외로움과 가족이라는 감정의 뿌리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작품이다.
동네에서 오래도록 함께 살아온 세 할머니가 사기꾼을 만나 벌어지는 사건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겉으로는 소소한 웃음과 농담이 오가는 일상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한 문장이 천천히 떠오른다.
“외로워서 그랬다.”
이 말은 극 속 인물이 하는 대사인 동시에, 지금 우리의 부모 세대가 속으로만 되뇌어 온 문장이다.
그 말이 무대 중앙에서 조용히 울릴 때 관객의 마음은 멈춘다.
웃음을 통해 접근하지만, 결국 작품은 부모 세대가 견뎌온 외로움의 무게를 정면으로 바라보게 한다.
■ 전통을 지켜온 극단 여인극장
극단 여인극장은 1966년에 창단된 이후 59년간 한국 연극의 뿌리와 현장을 지켜온 극단이다.
세대가 바뀌고 문화환경이 바뀌었지만 극단은 연극이 사람을 향해야 한다는 정신을 중심에 두고 무대를 이어왔다.
이 전통을 지켜낸 이는 김경애 대표다.
당대의 연극이 유행에 흔들릴 때에도 김경애 대표는 연극이 사람과 사람의 사이에서 울리는 진짜 목소리를 잃지 않도록 무대를 계속 올려왔다.
그 꾸준함은 한 단체가 아니라 한 세대의 연극 정신을 지켜낸 행위라 할 수 있다.
■ 무대 위에서 살아 움직이는 세대의 시간
이번 공연에서 중심에 서 있는 배우는 김경애와 장두이다.
김경애 배우는 극 중 ‘작은이’ 역을 연기한다.
무대 밖에서는 이웃집 어머니 같은 따뜻함이 있지만 무대 위에서는 오랜 세월 무대를 지켜온 사람만이 갖는 내공과 결의가 드러난다.
그 연기는 말보다 먼저 삶 자체가 무대로 흘러나오는 순간을 만든다. 장두이 배우는 능청스러움과 여백을 함께 가진 연기자로서 극의 공기를 부드럽게 이끌어간다.
일상의 농담과 서글픈 진심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관객은 캐릭터 안에 자신과 가족을 비추게 된다.
그리고 이 작품을 쓰고 연출한 이는 김경애 배우의 아들 이창호 연출가다.그는 어머니가 실제로 겪었던 일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다시 세웠다.
즉 이 작품은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라 삶에서 태어난 이야기다.
이창호 연출은 이렇게 말한다.
“웃고 울다 보면 결국 가족을 떠올리게 하는 연극이 되었으면 했습니다.
아프고 따뜻한 마음을 숨기지 않는 무대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 단순한 감동을 넘어
〈실버 라이팅 황혼의 빛〉은 단지 감동을 유도하는 작품이 아니다.
이 연극은 우리가 그동안 외면해온 질문을 다시 꺼낸다.
부모는 왜 말하지 않았을까?
우리는 왜 듣지 않았을까?
부모 세대가 겪은 외로움은 약함이 아니라
평생 버티고 살아낸 사람의 그늘에서 생겨난 상처였다.
작품은 그 상처에 조용한 빛을 비춘다.
그 조용한 빛이 극장을 나서는 관객의 마음에 오래 남는다.
■ 공연 정보
공연 기간: 10월 21일 ~ 10월 31일
장소: 대학로 씨어터 조이 소극장
극단: 극단 여인극장
출연: 김경애, 장두이 외
대본 및 연출: 이창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