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산실, 오늘의 무대가 되다
– 창작오페라 〈2·28〉이 불러오는 민주주의의 첫 목소리
김은균 편집장
공연예술 창작산실은 동시대 예술이 사회와 어떻게 호흡할 수 있는지를 묻는 실험의 장이다. 단순히 새로운 작품을 ‘초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금 우리가 다시 질문해야 할 가치와 기억을 무대 언어로 재구성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러한 취지 아래, 2026년 1월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 오르는 창작오페라 〈2·28〉은 창작산실의 방향성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2·28〉은 1960년 2월 28일, 대구에서 일어난 학생들의 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한다. 이 사건은 대한민국 역사에서 최초로 자발적인 시민 저항이 조직적으로 분출된 민주화 운동으로 평가받는다. 당시 대구의 고등학생들은 자유당 정권의 부정과 억압에 항거해 거리로 나섰고, 그 용기 있는 행동은 이후 마산을 거쳐 4·19 혁명으로 이어지는 도화선이 되었다. 한국 민주주의의 시작점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닌 사건이지만, 그 역사적 의미에 비해 대중적 기억 속에서는 상대적으로 조용히 머물러 있었다.
창작오페라 〈2·28〉은 바로 이 지점을 예술의 언어로 다시 호출한다. 이 작품은 단순한 역사 재현이나 교과서적 설명에 머무르지 않는다. 1960년의 학생들과 2025년 현재를 살아가는 인물이 교차하며, 과거의 외침이 현재의 질문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취한다. 기억과 현재가 대화하고, 역사가 감정의 층위로 확장되는 방식이다. 오페라라는 장르가 지닌 음악적 서사와 합창의 힘은 개인의 목소리를 집단의 외침으로, 다시 시대의 울림으로 확장시킨다.
이러한 시도는 창작산실이 지향하는 ‘동시대성’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창작산실은 예술을 박제된 유산이 아니라 살아 있는 질문으로 다룬다. 〈2·28〉 역시 과거의 민주화 운동을 기념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오늘날 우리가 민주주의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되묻는다. 자유와 정의, 연대라는 가치가 지금 우리 삶 속에서는 어떤 의미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무대 위에 올려놓는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작품이 청소년을 민주화 운동의 주체로 전면에 내세운다는 점이다. 거대한 이념이나 영웅 서사가 아니라, ‘학생’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평범한 개인들의 선택과 용기가 역사의 방향을 바꾸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이는 민주주의가 특정 세대나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언제든 다시 시작될 수 있는 시민의 감각임을 환기한다.
공연예술 창작산실은 그동안 연극, 무용, 음악, 전통예술 등 다양한 장르에서 사회적 질문을 품은 작품들을 배출해왔다. 창작오페라 〈2·28〉은 그 흐름 속에서 역사적 기억과 음악극의 결합이라는 의미 있는 성취를 보여준다. 예술이 과거를 호출하는 방식이 얼마나 현재적일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2·28〉은 말한다. 민주주의는 어느 날 완성된 제도가 아니라, 누군가의 두려움과 결단 위에서 시작되었다고. 그리고 그 시작을 기억하는 일은 곧 오늘을 사는 우리의 책임이라고. 창작산실이라는 플랫폼 위에서 이 작품이 다시 무대에 오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과거의 노래는 끝나지 않았고, 지금도 여전히 불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