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여성연극제 선정작 ‘낙월도’, 이상희 연출로 무대에 오른다
글 – 김은균 (복지tv 기획피디,공연평론가)
제10회 여성연극제가 서울연극창작센터에서 막을 올린다. 올해 연출가전 선정작 ‘낙월도’는 연출 이상희, 작 천승세의 조합으로, 억압과 침묵, 연대의 가능성을 정면으로 묻는 작품이다. 전설을 품은 가상의 섬 ‘낙월도’를 배경으로, 배를 가진 소수만 섬을 드나들 수 있는 폐쇄적 질서를 통해 자본·정보·권력의 독점 구조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작품은 “돈과 정보를 독점한 자들이 민주주의를 해체할 때 개인은 어떻게 자유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무대의 중심에 놓는다.
이상희 연출은 공간을 ‘기억과 억압이 교차하는 통로’로 설계한다. 벤치형 무대, 조명 리듬, 사운드를 결합한 장면 설계로 관객의 시선을 좁혔다 넓히며, 섬의 상징들을 점층적으로 드러낸다. 한편 라디오는 바깥세상의 소식을 실어 나르는 핵심 오브제로 기능한다. 그것은 단순한 소품을 넘어 정보의 독점과 권력의 연결고리를 드러내며, 차단된 현실 속에서도 변화의 불씨가 어떻게 번지는지 체감하게 한다.
극을 끌어올리는 장치는 목자와 청백이 두 인물의 ‘오브제화’다. 이야기꾼이자 조형적 캐릭터인 목자, 치유자이자 구원의 상징인 청백이는 전래서사와 성서적 정조를 교차시키며 장면의 밀도를 높인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는 구절이 반복될 때, 관객은 인물들의 내면과 섬의 질서가 동시에 흔들리는 지점을 목격한다.
클라이맥스에서는 여인 ‘월순’의 죽음을 마주한 인물의 외침—“나한테 그 노만 줘봐”—이 무너짐의 방아쇠가 된다. 비록 현실의 탈출은 불가능할지라도, 연극은 상상된 자유를 통해 관객의 가슴에 파문을 남긴다. ‘낙월도’의 여성 캐릭터들은 피해의 자리를 넘어 목소리를 되찾는 주체로 서며, 여성연극제가 지향해 온 목소리의 복원·침묵의 저항·연대의 가능성을 작품의 언어와 구조에 깊이 새긴다.
이번 무대는 초연보다 정교해진 장면 문법과 오브제의 상징 사용으로 미학적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드는 이상희 연출의 시선은 관객을 ‘섬’의 내부로 끌어들이고, 이후 바깥을 상상하게 만든다. 한 편의 공연을 넘어, 이 시대를 향해 던지는 연극적 질문이자 행동의 신호탄으로 읽힌다.
공연 정보
● 공연기간 2025년 10월 16일(목) ~ 10월 19일(일)
● 장소 서울연극창작센터 5층, 서울씨어터 202
● 작 천승세 / 연출 이상희
● 출연 고동업, 임형택, 박무영, 김은채, 변민지, 이인석, 김민정, 박현숙, 이세훈, 유수진, 황성인, 손자영, 김진권, 김성연
■ 주최 (사)한국여성연극협회
■ 주관 여성연극제조직위원회
■ 제작 극단 초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