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허무는 뜨거운 에너지
― 모헤르댄스컴퍼니 현대무용 《집 속의 집》 리뷰
글 – 김은균 (복지tv 기획, 공연평론가)
이번에 관람한 작품은 모헤르댄스컴퍼니의 현대무용 《집 속의 집》이다. 작품은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허물고, 안과 밖, 나와 타자의 경계를 끊임없이 교차하며 질문을 던지는 무용’이라는 소개처럼, 한국무용과 현대무용의 절묘한 융합으로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무용수들의 몸짓은 마치 서로 다른 시대와 문화가 한 무대 위에서 부딪히고 어우러지는 듯한 충돌과 조화를 만들어내며, 전통적 움직임과 현대적 감각이 교차하는 순간마다 긴장감과 에너지가 폭발했다.
무대 위에는 서도호의 설치미술 「집 속의 집」을 연상시키는 반투명 건축 구조물이 배치되어 있었다. 이 구조물은 끊임없이 이동하며 안과 밖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고, 무용수들은 그 경계 안팎을 넘나들며 집을 짓고 허물고 다시 짓는 행위를 신체로 표현했다. 때로는 집단으로 거대한 리듬을 만들어내고, 때로는 홀로 무대 위에 서서 개인의 내면을 탐색하는 듯한 장면이 이어졌다. 전통과 현대, 개인과 공동체의 경계가 뚜렷이 구분되지 않은 채 유동적으로 흐르며 새로운 공간을 빚어내는 무대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마음을 움직인 것은 무용수들의 ‘에너지’였다. 근거리에서 본 그들의 움직임은 오래된 기억을 깨우는 듯한 뜨거움이 있었다. 호흡, 동선, 시선 하나하나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정이 고스란히 객석까지 전달되었다. 관객석에서도 그 에너지가 파도처럼 밀려와 몸을 데우는 듯했고, 단순한 장면의 나열이 아니라 몸과 공간, 시간, 전통과 현대가 하나로 어우러진 살아 있는 날것의 무대였다.
공연이 끝나고나서 일행과 함께 남산길을 천천히 걸었다. 김재연 선배를 비롯해 박재동 화백 등 여러 예술인들과 공연의 여운을 나누며 걸었던 남산의 푸른 바람은, 마치 무대에서 느꼈던 생동감을 현실의 공간으로 이어주는 듯했다. 바람을 맞으며 걷는 그 순간, 마음속에 행복의 정령이 살포시 깃드는 듯한 충만감이 찾아왔다.
모헤르댄스컴퍼니의 《집 속의 집》은 단순한 무용 공연을 넘어, 우리 시대의 ‘경계’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예술적 시도였다. 전통과 현대의 충돌을 낯설게만 만들지 않고, 오히려 자연스럽게 녹여내어 새로운 공간과 의미를 만들어낸 점이 특히 인상 깊다. 무용이 단순히 안무의 집합이 아닌, 몸과 공간이 만들어내는 사유의 장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 무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