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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죽음, 신화의 언어로 노래하다 – 창작오페라 〈찬드라〉, 그리고 그 울림을 완성하는 더뮤즈오페라단

엑터타임즈 2026년 01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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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죽음, 신화의 언어로 노래하다

 – 창작오페라 〈찬드라〉, 그리고 그 울림을 완성하는 더뮤즈오페라단

​김은균 편집장 

사랑을 지키기 위해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신과 인간, 삶과 죽음의 경계는 과연 넘을 수 있는 것인가. 창작오페라 〈찬드라〉는 이 오래된 질문을 신화의 언어로 다시 불러내며, 오늘의 무대 위에서 묵직한 울림을 남긴다.

〈찬드라〉는 인도 신화 ‘시바와 사티’, 한국 신화 ‘사만이’를 모티프로 삼아 탄생한 작품이다. 인간의 아들 사만과 죽음의 신 강림의 딸 아라는 서로 첫눈에 사랑에 빠지지만, 이들의 사랑은 곧 신들의 질서와 충돌한다. 아라는 사만에게 신을 속일 수 있는 ‘신의 베일’을 건네며 천상으로 오라 말하고, 사만은 이를 쓰고 신들의 잔치에 들어가 아라의 신랑임을 선언한다. 그러나 인간에게 딸을 빼앗겼다고 여긴 강림은 결혼식 자리에서 사만에게 ‘죽음’을 선고하며 비극의 문을 연다.

작품은 이후 ‘죽음을 피하는 방법’을 찾아 나서는 사만의 선택을 통해 인간의 욕망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영매는 순수한 영혼의 희생으로 신을 속일 수 있다고 말하고, 사랑을 지키기 위해 타인의 죽음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찬드라〉는 이 지점에서 질문을 멈추지 않는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된 선택은 과연 구원인가, 또 다른 파국인가. 이 작품은 신화를 빌려왔지만, 그 질문은 오늘의 인간을 향해 정확히 겨냥된다.

무대와 음악 역시 서사의 깊이를 확장한다. 프롤로그에서 달빛 아래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는 비극적 사랑의 서막이 되며, 아이들과 부모의 절규로 이어지는 장면은 개인의 선택이 공동체에 남기는 상처를 집단적 이미지로 드러낸다. 의식·주술·제물·예언 같은 신화적 장치는 극의 긴장을 밀도 있게 쌓아 올리고, 회전무대와 상부무대를 활용한 시각적 구성은 초승달에서 만월로 변화하는 달의 이미지를 통해 삶과 죽음의 순환을 은유한다.

이처럼 〈찬드라〉는 ‘사랑 이야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사랑을 지키기 위해 타인의 죽음을 선택하는 사만, 사랑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아라의 대비는 인간의 이기적 욕망과 숭고한 희생을 동시에 비춘다. 관객은 어느 한 편에 쉽게 설 수 없으며, 그 불편함 자체가 이 작품의 미덕이 된다.

이 강렬한 질문을 무대 위에 올린 주체는 더뮤즈오페라단이다. 2009년 창단 이후 더뮤즈오페라단은 한국 창작오페라의 가능성을 꾸준히 확장해온 단체로, 전통적인 오페라 형식을 존중하면서도 현대 관객과의 소통을 중시해왔다. 특히 어린이와 가족 관객을 위한 맞춤형 오페라 제작을 통해 오페라의 관객 저변을 넓히는 데 기여해왔으며, 창작오페라 <배비장전>으로 대한민국오페라대상 창작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찬드라〉는 더뮤즈오페라단의 이러한 행보가 집약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신화라는 보편적 서사를 바탕으로 하되, 오늘의 감각으로 재해석해 관객이 감정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 작업의 중심에는 예술감독 이정은이 있다.

이정은 예술감독은 오페라를 ‘노래 중심의 장르’가 아니라, 이야기와 인물, 그리고 관객의 사유가 만나는 종합예술로 바라본다. 그의 연출은 언제나 질문에서 출발한다. 왜 지금 이 이야기를 무대에 올려야 하는가, 관객은 이 작품을 통해 무엇을 느끼고 어떤 생각을 하게 되는가. 〈찬드라〉는 이러한 문제의식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작품이다.

해외 레퍼토리의 반복이 아닌, 우리만의 신화와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창작오페라의 축적. 더뮤즈오페라단과 이정은 예술감독은 그 길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쉽게 소비되는 오페라’가 아닌 ‘오래 남는 오페라’를 선택해왔다. 〈찬드라〉는 그 선택의 결과물이며, 동시에 한국 창작오페라가 나아갈 또 하나의 방향을 제시한다.

사랑과 죽음이라는 오래된 질문을 신화의 언어로 다시 노래하는 〈찬드라〉. 그리고 그 노래를 오늘의 무대 위에서 살아 숨 쉬게 만드는 더뮤즈오페라단. 이 작품은 하나의 공연을 넘어, 한국 창작오페라의 현재를 보여주는 중요한 장면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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