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된 창작의 시간과 메타극적 실험, 동시대 연극 언어의 확장
김은균 편집장
서울문화재단은 제3회 서울희곡상 수상작으로 김유경 작가의 희곡 <1인극인데 두 명이 나오는 이유에 대하여>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공모에는 분량과 형식의 제한 없이 미발표 창작 희곡 265편이 접수돼 전년 대비 68% 증가한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그중 김유경 작가의 작품이 최종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서울희곡상은 연극 창작 활성화와 우수 창작희곡 발굴을 목표로 2023년 제정된 상으로, 첫 회에는 이실론 작가의 〈베를리너〉, 제2회에는 하수민 작가의 〈End Wall-저 벽 너머에는 뭐가 있을까?〉가 선정된 바 있다. 제3회를 맞은 올해는 특히 ‘창작 주체의 내면과 동시대적 연극 언어’를 탐구하는 작품이 두드러졌다는 평가다.
수상작 〈1인극인데 두 명이 나오는 이유에 대하여〉는 고립된 작가 앞에 그의 희곡 속 인물이 등장해 대사를 요구하며 대치하는 독특한 구조의 메타극이다. 현실과 허구, 자아와 타자의 경계를 흐리는 이 작품은 창작자의 내적 갈등과 존재의 분열을 무대 언어로 형상화하며, 단순한 형식 실험을 넘어 현대예술의 본질적 질문을 던진다.
심의위원회는 선정 이유에 대해 “2015년 런던을 배경으로, 주류에 편입되지 못한 채 불안정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작가의 모습을 단순한 서사 차원이 아니라 무대 운용 자체의 구조로 제시했다”며 “현실과 허구, 자아와 타자의 구분을 허무는 실험적 무대언어와 현대예술의 핵심인 메타적 구조에 도전한 보기 드문 시도”라고 평가했다.
김유경 작가는 1969년생으로, 2024년 경상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에 〈채식상어〉로 등단했다. 이후 아르코 대학로예술극장의 ‘2024 봄 작가, 겨울 무대’에서 〈하울링〉을 낭독 공연으로 선보였으며, 2025년에는 뮤지컬 칸타타 형식의 〈두 번째 간 훈련소〉의 극작과 가사를 맡아 논산아트센터에서 논산시립합창단과 함께 공연하는 등 꾸준한 창작 활동을 이어왔다.
또한 ‘파일럿 프로젝트’, ‘동해, 경해’, ‘시절가즈’, ‘익스오디너리 수진’ 등 다양한 작품을 집필해온 김 작가는, 이번 수상작을 통해 자신의 창작 세계를 한 단계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유경 작가는 당선 소감에서 “〈1인극인데 두 명이 나오는 이유에 대하여〉는 고립된 창작의 시간 속에서 인물과 마주하며 수없이 되묻고 흔들릴 수밖에 없었던 과정의 산물”이라며 “극 중 ‘작가’가 품고 있던 무대에 대한 갈망을 따뜻하게 읽어준 심사위원회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송형종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이번 서울희곡상 공모는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하며 새로운 창작희곡에 대한 연극계의 뜨거운 열기를 확인한 계기였다”며 “특히 예술가의 창작 고뇌를 주제로 한 작품이 당선작으로 선정돼 그 의미가 더욱 깊다”고 전했다.
한편 제3회 서울희곡상 시상식은 12월 22일 오후 3시, 서울연극센터 1층에서 열렸다. 수상작에는 전년 대비 1천만 원 증액된 3천만 원의 상금이 수여되며, 향후 공연 제작 및 유통을 위한 연계 지원도 검토될 예정이다.